[시장경제] 탄천차고지 버스 1천대, 대안도 없이 쫓겨난다... "서울시 규제횡포"
GBC개발에 수십년 쓰던 특수‧전세버스 '날벼락'
서울시 "연말까지 안 나가면 등록 취소" 일방 통보
나가려 했더니... 서울시 규제 강화로 차고지 없어
버스업체들, "조폭규제... 밥줄 끊겠다는 거냐"
서울시가 강남‧송파탄천주차장를 개발하겠다며 이곳을 차고지로 사용 중인 특수(장의차)‧전세버스 사업자들에게 “올해 안으로 나가지 않으면 ‘등록 취소’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장소를 비우지 않을 경우 사실상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행정 예고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버스사업자들이 탄천주차장을 나가고 싶지만 서울시가 ‘차고지’ 규제를 역대급으로 강화해 사업을 이어가기도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업계는 “코로나 시국에 조폭식, 불통식 불도저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탄천주차장’ 수십년전부터 마을‧특수‧전세버스들의 ‘허브’
강남‧송파탄천주차장은 동부간선도로와 잠실야구장 사이를 흐르는 한강 줄기에 자리잡고 있다. 왼쪽으론 강남탄천주차장, 오른쪽으로는 송파탄천주차장이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탄천주차장은 수십년 전부터 1천여대의 버스와 다양한 건설기계 차량들의 ‘차고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큰 공영차고지로 버스사업자들에게는 '허브'와 같은 곳이다. 관리는 강남구도시관리공단, 송파시설관리공단이 각각 맡고 있다. 사업자들은 시설관리공단에 매월 수십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탄천주차장'을 포함해 코엑스부터 잠실운동장까지 75만㎡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초대형 토목개발사업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개발을 위해, 소상공인들로 분류되는 전세‧특수여객 버스기사들에게 고압적인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서울시는 올해 5월 '탄천 공영주차장 폐쇄 관련 행정처분 시행 사전예고'라는 공문을 버스사업자들에게 보냈다. 수년전부터 폐쇄 방침을 알리긴 했지만 '등록 취소'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가 사업자들에게 보낸 공문의 내용은 이렇다.
2021년 6월 말 탄천 공영주차장이 폐쇄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등록된 차고지를 모두 이전해달라. 대체 차고지를 확보, 등록하지 못한 운수회사에 대해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5조 제1항 7호(등록취소)에 따른 행정처분을 적용할 예정.
위 공문의 내용은 전세버스, 특수여객 사업자에게 ‘등록취소’란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다. 버스운행사업을 하려면 지자체에 '차고지'와 '차량 등록'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탄천주차장을 차고지로 쓰는 전세버스사업자는 37곳, 주차 버스는 600여대이다. 특수여객사업자 11개 업체도 50여대의 버스차고지로 이곳을 쓰고 있다. 시내‧마을버스와 건설기계 차량, 출입 승용차 등까지 합치면 탄천주차장을 차고지로 사용하는 버스는 1000대가 넘는다. 전세버스의 약 70%는 통근, 통학용으로 준(準)대교통수단으로 분류된다.
◇나가려고 봤더니 서울시 ‘차고지’ 규제 강화... “나가지도 못해”
버스사업자들도 서울의 개발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시가 차고지 규제를 역대급으로 강화해, 사업자들이 탄천을 나올 경우 차고지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사업을 접고 싶어도 정부가 지역간 양도양수를 금지해 차량 매각도 안 된다. 탄천을 나올 경우 사업을 접거나, 차고지 없는 불법 버스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기준만 지키면 버스사업자들이 여러 종류의 지역에 차고지를 둘 수 있게 했다. 그런데 2014년 건축법, 국토법 규제를 추가 적용했다. 서울시는 추가 규제를 통해 ▲제1‧2종 전용주거지역 ▲제1종 일반주거지역 ▲제2‧3종 일반주거지역을 버스 차고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시의 추가 규제 적용 명분은 “타 지역도 이렇게 한다”가 전부였다. 당시 서울시 담당 부서에는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팀장급 공무원이 새로 부임했고, 그 직원이 갑작스럽게 규제 강화를 추진했다. 그는 규제를 강화한 이유에 대해 “감사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서울시의회는 행정감사를 통해 "옳지 않은 행정"이라며 '원상복구'를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아직까지 이를 이행치 않고 있다. 박기열 서울시의원 교통위원장은 2014년 11월 11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행정감사에서 “시가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차고지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세‧특수여객 차고지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로 인해 현재 전세버스는 53%, 특수여객은 48%가 차고지를 불법 점유한 범법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조속한 시일내에 정상 복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행정감사에서도 서울시의 '차고지 규제'에 대해 지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추가 규제로 서울 거의 모든 지역에 차고지를 둘 수 없게 됐다”며 “이렇게 막아 놓고, 나가지 않으면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하면 조폭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특수여객 관계자는 “수년간 해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만들기는 커녕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사업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탄천이 사라지면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우리에겐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사업자들이) 차고지를 갖고 있지 않으면 행정처분(등록취소)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당연하다. 우리는 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고지 규제'에 대해서는 시의회의 행정감사가 틀리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들과 차고지 문제(추가 규제)는 서로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당시 국토이용 관련 법률을 추가한 이유는 규제가 아니다. 원래 있었던 법의 내용을 알려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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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호 기자
jkh@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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