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소식

업계소식

[시장경제신문] "백미러·고무도 노란색으로 바꿔"... 교통안전공단 '검사 갑질' 논란

2021-04-05 10:55

조회수:885

'어린이 운송 차량=노란색' 규칙, 확대 적용
차량 엠블럼, 고무패킹 등 노란색 아니면 퇴짜
차량 결함 여부 판단하는 정기검사서 '도색' 트집
"공단 갑질 피해 두 배 비싼 사설업체서 검사"
"퇴짜 놓으면 성과급이라도 있나" 기사들 반발
공단 "안전 위한 조치... 검사에 문제 없다"

서울에서 어린이통학차량을 운행하는 기사 A는 올해 초 차량 정기 검사를 받기 위해 교통안전공단 검사소를 방문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공단 측이 밝힌 검사 거절 이유가 석연치 않았다. 정기적인 차량 안전 검사였는데도 불구하고, 공단 직원은 차량 도색을 문제 삼았다. 황색(노란색)이 아니기 때문이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차량 전체가 노란색인데 무엇이 문제냐"며 항의했다. 그러자 공단 직원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9조 8항, ‘어린이운송용 승합자동차의 색상은 황색이어어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차량과 창문틀 사이 몰딩 부분[사진]이 검은색이므로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차량 검사소 직원들이 '어린이통학차량 도색 규정'을 이유로, 잇따라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공단 직원들은 차량의 고무 패킹, 학교명 부위 색상 등이 '황색'과 다르다는 지엽적 이유로 검사를 거부하고 있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운전기사는 “퇴짜를 놓으면 성과급이라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월 120만원 버는 약자 등에 빨대를 꽂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한 버스회사는 보유 차량 수십대가 모두 검사 퇴짜를 맞기도 했다. 학원이나 학교명 도색이 황색과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거의 모든 차량이 검사 퇴짜를 맞았다. 일단 기존 학원-학교명 시트지를 최대한 노란색으로 변경해 사진을 찍어 공단에 보낼 생각이다. 통과가 되면 그때 차량 도색을 전체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며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행정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 행정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회사는 공단의 도색 규정으로 폐업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 직원 A는 "30여대가 앞 부분 검정색 도색이 조금 들어갔다는 이유로 퇴짜를 받았는데, 개학 시기에 기습 퇴짜를 받아서 도색 공업사 일손이 부족한 지경이다. 도색비용으로만 1000여만원이 들어갈 예정이고, 계약 맺은 학교에 배차 계약을 지키지 못해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어린이통학차량 기사들은 공단이 약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성과를 위해 갑질 행정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기사는 “고무 몰딩을 어떻게 노란색으로 도색 하느냐. 공단 직원들이 와서 도색을 해보라”고 말했다. B기사는 “어느 한 지역 검사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지역 전체 검사소에서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뒷돈을 요구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C기사는 “마치 퇴짜를 놓으면 성과급이라도 받는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부 기사들은 공단 보다 검사료가 두 배 비싼 사설 공업사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어린이통학차량을 운영하는 B기업은 “검사비가 비싸더라도 사설 공업사에서 검사를 받을 계획”이라며 “공단 검사에서 퇴짜를 맞고 개조해서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가는 비용보다 사설 공업사 검사비가 더 낮다”고 설명했다. 교통안전공단 서울 검사소의 정기 검사 비용은 5만6000원, 사설 공업사는 10만5000원 수준이다.

서울전세버스조합 관계자는 “통학버스 도색 관련 공단을 상대로 한 민원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민원은 공단의 임의적인 기준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하루 빨리 공단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도색 검사 업무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차체와 창문의 검정색 몰딩 부분, 와이퍼가 달린 검정색 차체 부분은 2019년 9월, 지난해 2월 논란이 되지 않도록 조취를 취했다. 다른 부분은 일률적으로 문제가 있다 없다고 밝힐 수 없다. 퇴짜를 맞은 사안별로 보면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일선 검사소 직원들의 퇴짜 성과 같은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규호 기자
jkh@meconomynews.com


출처 : 시장경제(http://www.meconomynews.com)


[기사 바로가기]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 댓글이 없습니다.